계룡산 신원사 제 14회 명성황후 추모대재 봉행사

올해는 역사의 무게가 겹겹이 내려앉은 해입니다.

명성황후 시해 130년,
나라의 존엄이 무참히 짓밟힌 치욕을 기억하는 해요.
광복 80년,
잃었던 나라를 되찾은 감격과 눈물이 살아 숨 쉬는 해요.
한일수교 60년,
과거의 아픔을 안고도 이웃으로 마주 서야 했던 세월을 돌아보게 하는 해입니다.

이 모든 것이 올해 을사년의 그림자와 맞닿아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그대는 무엇을 기억하며, 어떤 미래를 세우려 하는가.”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나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상처는 등불이 되어야지,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과거를 직시해야 합니다.
그러나 발걸음은 미래를 향해야 합니다.

명성황후의 피맺힌 절규, 을사늑약의 치욕, 처절한 의병의 눈물과 승병의 결의는 오늘의 자유와 평화를 위한 튼튼한 뿌리가 되어 주었기에 우리는 세계를 무대로 당당히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을 사는 우리는 흘러간 역사의 물음 앞에 떳떳이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자존을 지켜야 합니다.
그러나 화해도 배워야 합니다.
자존 없는 화해는 굴종이고, 화해 없는 자존은 고립입니다.
역사를 직시하면서도, 지혜롭게 이웃과 다리를 놓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피의 기억 앞에서 눈물 흘리되, 그 눈물을 희망으로 닦아내야 합니다.
발전과 도약의 기쁨을 되새기되, 그 기쁨을 교만이 아니라 겸손으로 지켜야 합니다.
이웃과의 관계를 이어가되, 그것이 굴욕이 아니라 미래를 여는 지혜의 다리가 되게 해야 합니다.

계룡산 신원사 명성황후 추모대재는 이러한 의미들을 담아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오늘 참석하신 귀한 내빈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